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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클리드 이야기

유클리드의 두 손 — 자와 컴퍼스의 정신
이야기 1 / 7
다시 만난 유클리드

지난 단원에서 우리는 「원론」이라는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쳐 봤어요. 점·선·면·각의 정의, 5개의 공준, 그리고 "기하학에는 왕도가 없다"는 한 마디.

오늘 다시 유클리드를 만나러 가요. 하지만 이번엔 책상 위가 아니라, 그의 두 손을 봐요.

유클리드의 두 손
한 손에는 자가 들려 있어요.
다른 손에는 컴퍼스가 들려 있어요.

이상하지 않아요? 세상에 도구가 얼마나 많은데, 이 사람은 왜 딱 두 가지만 들고 있는 걸까요?
이야기 2 / 7
두 가지 도구의 약속

유클리드 학교에는 이상한 약속이 있었어요.

"도형을 그릴 때는
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 써라."
— 유클리드 학교의 약속

자에는 눈금이 없어야 했어요. 센티미터, 밀리미터… 그런 게 적혀 있으면 안 됐어요. 그냥 반듯한 막대기 같은 거였죠.

컴퍼스는 우리가 아는 컴퍼스예요. 한 다리는 한 점에 꽂고, 다른 다리는 빙 둘러서 원을 그리는 도구.

이 두 가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정확히 두 가지뿐이에요.

도구할 수 있는 일
눈금 없는 자두 점을 연결해 직선 긋기
컴퍼스한 점을 중심으로 원 그리기 / 길이 옮기기

왜 이렇게 답답하게 만들었을까요? 각도기로 각을 재면 빠르고, 자에 눈금이 있으면 길이도 한 번에 잴 수 있는데, 왜 굳이 도구를 줄였을까요?

이야기 3 / 7
「원론」 명제 1 — 정삼각형 작도

너에게 "정삼각형을 그려봐"라고 했어요. 세 변의 길이가 똑같은 삼각형 말이에요. 각도기와 눈금 자가 있다면 60°를 두 번 재고, 5cm씩 그리면 빠르긴 한데… 손이 살짝 떨려서 60.5°가 되거나 4.9cm가 되면 정확하지 않아요.

유클리드는 컴퍼스만으로 정확한 정삼각형을 그렸어요.

A B C A에서 그린 호 (보라) B에서 그린 호 (초록) 컴퍼스를 한 번도 다시 벌리지 않았어요
1
자로 직선을 한 줄 긋고 양 끝을 점 A, B라고 해요.
2
컴퍼스를 A에 꽂고, B까지 벌려서 호를 그어요.
3
컴퍼스를 똑같이 벌린 채 B에 꽂고, 호를 그어요.
4
두 호가 만나는 점을 C라고 해요.
5
A와 C, B와 C를 자로 이어요. → 정삼각형 ABC 완성!
왜 세 변이 같을까?
컴퍼스를 한 번도 다시 벌리지 않았어요.
A에서 그은 호 위의 모든 점은 A에서 같은 거리,
B에서 그은 호 위의 모든 점은 B에서 같은 거리예요.
두 호가 만난 점 C는 A에서도 B에서도 같은 거리예요.
따라서 $\overline{AC} = \overline{AB} = \overline{BC}$.
적은 도구로
더 확실한 진실을 만든다.
— 「원론」 1권 명제 1의 정신
이야기 4 / 7
우리도 따라 해 봐요

유클리드의 정신을 이어받아, 우리도 자와 컴퍼스만으로 도형을 그려요. 이걸 작도(作圖)라고 해요. "만들어 그리기"라는 뜻이에요.

이번 단원에서 우리는 4가지 기본 작도를 배워요.

작도무엇을 만드나
선분 옮기기주어진 선분과 같은 길이의 선분
각 옮기기주어진 각과 크기가 같은 각
수직이등분선선분을 반으로 나누면서 수직인 선
각의 이등분선각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는 반직선

각각이 마법 같아요. 컴퍼스를 두 번, 세 번 정도만 움직였는데 정확히 가운데가 나오고, 정확히 절반이 나오고, 정확히 90°가 나와요. 각도기 없이, 눈금 없이.

💡 우리 단원의 개념 탐구 앱에서 한 단계씩 직접 해 볼 거예요. 컴퍼스의 호가 어디에서 만나는지, 왜 거기서 만나는지가 보일 거예요.
이야기 5 / 7
같다는 건 정확히 무엇인가요?

작도를 배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떠올라요. "두 도형이 '같다'는 건 정확히 무슨 뜻일까?"

크기가 같으면 같은 건가요? 모양이 비슷하면 같은 건가요? 수학에서는 더 엄밀하게 말해요.

두 도형을 포개서 완전히 겹치면
그 두 도형은 합동(合同)이에요.

기호로는 이렇게 써요.

합동 기호
$$\triangle ABC \equiv \triangle DEF$$ "≡"는 "같다"는 뜻이지만, "꼭 포개진다"는 더 강한 의미예요.

여기서 한 가지 약속이 있어요. 꼭짓점 이름은 대응하는 순서대로 써야 해요.

A B C ≡ D E F A ↔ D · B ↔ E · C ↔ F
⚠️ 순서를 마음대로 쓰면 안 돼요.
$\triangle ABC \equiv \triangle EFD$라고 쓰면 다른 도형을 의미해요. 이름의 순서가 곧 도형 위 위치예요.
이야기 6 / 7
같은 삼각형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?

두 친구가 각자 자기 방에서 종이에 삼각형을 그려요. 서로 만나서 "내 삼각형이랑 똑같이 그려봐"라고 말하려면 최소한 어떤 정보를 알려줘야 할까요?

한번 생각해 봐요
세 변의 길이를 다 알려주면? — 좋아요.
세 각의 크기를 다 알려주면? — 음… 사실 이걸로는 안 돼요. (크기가 달라도 모양이 같을 수 있거든요)

유클리드는 「원론」에서 이 문제를 정확히 풀었어요. 다음 세 가지 중 하나가 같으면 두 삼각형은 합동이에요.

조건이름무엇을 알아야
세 변SSS세 변의 길이
두 변과 끼인각SAS두 변과 그 사이의 각
한 변과 양 끝 각ASA한 변과 그 양 끝의 두 각

S는 Side(변), A는 Angle(각)을 뜻해요.

⚠️ SAS의 "끼인"이 핵심이에요.
두 변 사이의 각이라는 뜻이에요. 두 변과 아무 각이나 같다고 합동이 보장되는 건 아니에요. 끼인각이 아니면 두 가지 모양이 가능해서 합동이 안 돼요.

이 셋을 삼각형의 합동 조건이라고 해요. 2300년 전 유클리드가 「원론」 1권 명제 4(SAS)부터 차근차근 증명했어요.

이야기 7 / 7
작도와 합동, 같은 이야기

흥미로운 점이 있어요. 삼각형 작도 조건과 삼각형 합동 조건이 정확히 같은 세 가지(SSS, SAS, ASA)예요. 우연일까요? 아니에요.

같은 동전의 앞뒤
"세 변이 주어지면 삼각형이 하나로 정해진다" → 작도 가능
"세 변이 같으면 두 삼각형은 포개진다" → 합동

두 문장은 같은 뜻이에요.

작도란 "이만큼의 정보로 도형이 유일하게 결정된다"를 손으로 보여주는 일이에요.
합동이란 "같은 정보가 있으면 같은 도형이다"를 정의로 말하는 일이에요.
같은 동전의 앞과 뒤예요.

손과 머리, 도구와 정의는
한 사람의 두 측면이었어요.
— Unit 07 ↔ Unit 08 정리

잡학 코너

📜
「원론」 명제 1
정의·공준 다음 첫 명제가 바로 정삼각형 작도예요. 인류가 손으로 만든 가장 오래된 정확한 정삼각형 중 하나.
❌
불가능 3대 문제
각의 삼등분, 정육면체 배가, 원의 정사각형화 — 2300년 후 19세기에 "자와 컴퍼스로는 불가능"이 증명됐어요.
⚠️
SSA가 안 되는 이유
두 변과 한 각이 같아도 그 각이 끼인각이 아니면 두 가지 모양 가능. 고등학교 사인법칙에서 다시 만나요.
📃
종이접기 작도
종이접기로는 자·컴퍼스보다 더 많은 작도가 가능! 각의 삼등분도 종이접기로는 됩니다. 도구가 곧 가능성의 경계.
✍️ 글쓰기 미션 (셋 중 하나 골라서)
1. 유클리드가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정삼각형 작도를 보여주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. 컴퍼스를 한 번도 다시 벌리지 않고 정삼각형이 나타나는 순간, 한 학생의 마음을 짧은 글로 써 보세요. (200~400자)
2. 만약 너에게 "도구를 하나 줄여라"라고 한다면, 일상에서 어떤 도구를 줄일 수 있을까요? 그 도구를 줄였을 때 얻는 것과 잃는 것은? (자유롭게)
3. 두 친구가 같은 모양의 그림을 그리려고 해요. 어떤 정보를 주고받으면 "정확히 같은 그림"이 보장될까요? 삼각형 말고 다른 도형(직사각형? 원? 별 모양?)으로 합동 조건을 만들어 보세요. (자유롭게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