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데카르트 이야기 (2)

식이 그림이 되는 마술 — 1637년
이야기 1 / 6
좌표만 만들고 끝났을까?

지난 시간에 우리는 데카르트가 침대에 누워 천장의 파리를 보다가 좌표를 발명한 이야기를 들었어요. $(x, y)$ 두 숫자로 점의 위치를 표현하는 그 약속 말이에요.

그런데 좌표만 만들고 끝났다면, 데카르트의 이야기는 이렇게 길게 전해지지 않았을 거예요.

데카르트가 정말로 세상을 바꾼 순간은, 좌표를 만든 다음 떠올린 두 번째 질문이었어요.

데카르트의 두 번째 질문
"좌표가 있다면, 숫자들의 약속(=식)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지 않을까?"
이야기 2 / 6
1637년, 「기하학」이라는 작은 부록
Discours de la Méthode — 1637 — La Géométrie 100 페이지

데카르트는 1637년에 「방법서설」이라는 철학책을 냈어요. 그 유명한 "나는 생각한다, 고로 존재한다"가 들어 있는 책이죠.

이 책 뒤에는 작은 부록 세 개가 붙어 있었는데, 그 중 마지막이 「기하학(La Géométrie)」이라는 100페이지짜리 글이었어요.

지금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수학 — 함수, 그래프, 미적분, 컴퓨터 그래픽 — 은 사실 이 100페이지에서 시작했어요. 본문(철학)보다 부록(수학)이 더 유명해진 보기 드문 책이죠.

데카르트의 말 (1637)
"내가 $(x, y)$ 좌표를 도입한 진짜 이유는 점 하나의 위치를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. 무수히 많은 점들이 만드는 식 — 그것을 그림으로 보기 위해서다."
이야기 3 / 6
마술 1 — 정비례 (직선)

데카르트가 보여준 첫 번째 마술. 식 하나를 잡아요.

$$y = 2x$$

이건 그냥 글자와 숫자의 약속이에요. "$y$는 $x$의 2배다"라는 말.

이제 데카르트가 가르쳐준 대로 해볼게요.

$x$-2-1012
$y$-4-2024

이 다섯 짝을 좌표로 본 거예요: $(-2, -4)$, $(-1, -2)$, $(0, 0)$, $(1, 2)$, $(2, 4)$.

x y y=2x

좌표평면에 점 다섯 개를 찍고 잘 보면 — 한 직선 위에 정확히 놓여요.

발견
식 $y = 2x$ 가 원점을 지나는 직선이라는 그림이 됐어요. 글자였던 것이 그림이 됐죠.
이야기 4 / 6
마술 2 — 반비례 (쌍곡선)

데카르트의 두 번째 마술. 이번엔 다른 식이에요.

$$y = \frac{6}{x}$$

"$x$와 $y$를 곱하면 항상 6이다"라는 약속이에요.

$x$1236-1-2
$y$6321-6-3
x y y=6/x

이 점들을 좌표평면에 찍고 부드럽게 이어보면 — 두 갈래 곡선이 나타나요. 이걸 쌍곡선(雙曲線, hyperbola)이라고 해요.

신기한 건, 이 곡선은 $x$축과 $y$축에 한없이 가까워지지만 결코 닿지 않아요.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친구 같죠.
이야기 5 / 6
데카르트가 가르친 진짜 비밀
식과 그림은 한 몸이다.

식만 보고 못 풀겠으면 그림으로 그려보세요.
그림에서 안 보이면 식으로 따져보세요.

같은 이야기를 두 가지 언어로 할 수 있는 거예요.

식의 언어그림의 언어
$y = 2x$원점을 지나는 직선, 오른쪽 위로
$y = -2x$원점을 지나는 직선, 오른쪽 아래로
$y = \dfrac{6}{x}$1·3사분면의 쌍곡선
$y = \dfrac{-6}{x}$2·4사분면의 쌍곡선

식이 어렵게 느껴질 때는 그림으로 옮겨봐요.
그림이 막막할 때는 식으로 옮겨봐요.
데카르트가 우리에게 준 마법의 도구예요.

이야기 6 / 6
부호가 바뀌는 순간 (작은 함정)

마지막으로 데카르트가 우리에게 슬쩍 준 작은 함정 하나만 짚고 넘어갈게요.

식 $y = \dfrac{a}{x}$ 에서 $a = -2$ 라면, 이 식은 어떻게 될까요?

$$y = \frac{-2}{x}$$

분자에 $-2$가 통째로 들어가요. 분자 전체에 부호가 들어가는 약속이에요.

이걸 사람에 따라 이렇게도 써요:

$$y = \frac{-2}{x} = -\frac{2}{x}$$

세 형태가 모두 같은 식이에요. 그래프도 같은 모양 (2·4사분면 쌍곡선)이고요.

처음 보면 "어디로 가는 거지?" 헷갈릴 수 있어요. 식 표기는 약속이라서, 한 번 익히면 두 번째부터는 안 헷갈려요. 「개념 탐구」에서 슬라이더로 직접 확인해 보세요.

잡학 (Trivia)

🍳
정비례·반비례 in 일상
레시피 인분(정비례), 같은 거리·속도와 시간(반비례), 사과 가격과 개수(정비례).
📜
프랑스어로 쓴 책
「방법서설」은 라틴어 대신 프랑스어로 쓰였어요. 더 많은 사람이 읽으라는 뜻이었죠.
🧑‍🏫
"함수"라는 말
"함수(function)"라는 단어는 데카르트보다 50년쯤 후에 라이프니츠가 처음 썼어요.
📐
100페이지의 혁명
「기하학」 단 100쪽에서 함수·미적분·컴퓨터 그래픽이 모두 시작됐어요.
✏️ 글쓰기 미션
1. 데카르트가 식 $y = 2x$를 처음 그림으로 그려본 그 순간 — 무슨 생각을 했을까?
2. 내 일상 속 정비례 관계 한 가지, 반비례 관계 한 가지 — 직접 찾아 식으로 써보기.
3.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만드는 일 — 그림으로 그려야 보이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