9세기, 지금으로부터 약 1200년 전의 이야기예요.
바그다드(Baghdad)는 그 당시 세상에서 가장 큰 도시였어요. 인구가 수십만 명, 세계 곳곳에서 상인과 학자들이 모여들었죠.
그 도시 한가운데, 특별한 건물이 있었어요.
도서관이면서 번역소이면서 연구소이면서 천문대. 인류 역사에서 이런 곳은 많지 않았어요.
그 지혜의 집에서,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.
페르시아 출신의 학자,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.
알콰리즈미에게는 풀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었어요.
이슬람 율법에 따른 상속 분배는 굉장히 복잡했거든요. 아들, 딸, 아내, 형제자매... 각각 다른 비율로 재산을 나눠야 했고, 사람마다 상황이 달랐어요.
"매번 새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, 한 번 방법을 정리해두면 어떨까?"
알콰리즈미는 약 825년경, 책 한 권을 써요.
이 책이 나중에 라틴어로 번역되어 유럽 대학에서 수백 년간 수학 교과서로 쓰였어요.
알콰리즈미의 책에서 두 개의 단어가 탄생했어요.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쓰고 있는 단어들이에요.
수학의 한 분야 이름(algebra)과 컴퓨터 과학의 핵심 개념(algorithm)이 모두 이 한 사람에게서 나왔어요.
스마트폰 추천 알고리즘, 유튜브 알고리즘, AI... 모두 이름의 뿌리가 9세기 바그다드의 수학자예요.
여기서 놀라운 사실 하나.
알콰리즈미는 방정식을 풀었지만, x, a 같은 글자(기호)를 전혀 쓰지 않았어요.
그는 모든 것을 말(글)로 썼어요. 기호 없이도 일차방정식과 이차방정식을 완벽하게 풀었죠.
그렇다면 우리가 쓰는 $x$, $y$, $a$ 같은 기호는 언제 생겼을까요?
알콰리즈미가 방정식을 발명한 뒤, 약 800년이 지나서야 우리가 쓰는 기호가 생긴 거예요.
그 기호들은 자연 법칙이 아니라 사람들이 편리하게 쓰기로 만든 약속이에요.
알콰리즈미의 이름에서 나온 "알고리즘"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? 유튜브 추천 영상, 네이버 지도 경로, 카카오페이 결제, AI 챗봇... 이 모든 것이 알고리즘으로 동작해요. 9세기 바그다드의 수학이 21세기 스마트폰 안에 있는 거예요.
지금 우리가 쓰는 0, 1, 2, 3... 숫자는 인도에서 발명되었어요. 알콰리즈미가 인도 수학을 아랍어로 정리하고, 그 책이 라틴어로 번역되어 유럽에 퍼졌어요. 그 전까지 유럽은 로마 숫자(I, II, III, IV...)를 사용했답니다. 지금 방식이 훨씬 편하죠?
"al-jabr(복원)"은 원래 뼈를 맞추는 것도 뜻했어요. 그래서 중세 유럽에서 "algebrista"는 수학자이면서 동시에 뼈를 맞추는 접골사를 뜻하기도 했대요. 이발소에서 "algebrista"라는 간판을 달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어요!
알콰리즈미 혼자 일한 게 아니에요. 바누 무사(Banu Mūsā) 형제들 같은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고 토론했어요. 수학은 1200년 전에도 팀으로 하는 것이었어요.
알콰리즈미처럼 기호 없이, 오직 한국어 말로만 이 문제를 설명해보세요:
"어떤 수에 3을 곱하면 12가 된다. 그 수는?"
(힌트: x, a 같은 글자를 쓰지 않고, 말로만 풀어보세요)
오늘 하루 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알고리즘이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3가지 찾아써보세요.
알콰리즈미의 동료에게 쓰는 편지. 오늘 어떤 문제를 풀었고 무엇을 발견했는지, 200자 정도 써보세요.